• 최종편집 2024-07-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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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야초 한찬동]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기름지게 하는 영양물질을 거름이라고 한다. 거름에는 짚이나 풀, 낙엽 등을 모아 썩히고 발효시켜 만든 퇴비, 이런 잡초나 짚을 가축우리에 넣어 분뇨와 함께 섞어 만든 두엄, 그리고 화학적으로 제조한 비료가 있다.

 

이 가운데 두엄 하면 떠 오르는 것이 바로 그 특유의 냄새이다. 마음 착한 누구는 이를 정겨운 시골 냄새라고 하는데, 참 고마운 말씀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당연히 악취를 떠올리고 불쾌해한다. 농촌의 흙냄새를 못 맡아본 도시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 두엄 냄새가 요즘 들판에 가득하다. 특히 우리 지역 홍성에는 축산농가가 많아 논밭에 두엄을 많이 낸다. 가뜩이나 가축 분뇨 등 축산 부산물로 악취가 심한데, 농사철이면 으레 코를 막거나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그게 오래가지 않고 잠깐이어서 다행이지,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두엄은 참 고마운 존재다. 소나 돼지의 배설물을 그대로 버리지 않고 볏짚 등과 섞어 1차 독성을 줄여 배출함으로써 가축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퇴비에 비해 거름기가 많아 토지를 더욱 기름지게 하고, 지력 향상에 따라서 농업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 또한 이는 친환경적이어서 유기농업에 요긴하게 활용되고 우리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화학비료를 쓰면 사용도 간편하고 효과도 바로 나타나서 농사가 편하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참 농부는 두엄을 애용한다. 옷이 더럽혀지고 몸에 쾌쾌한 냄새가 배어도 굳이 힘들게 두엄을 뿌리는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오랜 경험에 따라 저절로 체득된 흙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냥 우러난 것이다. 지혜니 철학이니 운운할 것도 없이 내 땅을 온갖 것 깃들이는 생명의 보금자리로 가꾸려는 소박한 심성 그 자체이다.

 

과연 어느 누가 이렇게 제 몸을 오물 속에 던져 함께 썩혀져서 타인에게 유익이 될 수 있겠나? 그로 인해 꽃이 피고 실한 열매가 맺혔어도 흙 속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무지렁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자기 안위만을 위해 남을 해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공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이 세상에서 두엄 같은 존재는 찾을 수 있을까? 나이 사십이 넘도록 장가도 가지 못한 채, 오늘도 경운기 가득 두엄을 싣고 비탈진 길을 터덜거리며 오르고 있는 옆집 늙은 총각이 문득 뒤돌아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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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엄과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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