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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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야초 한찬동]

 

목화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옅은 노란색의 꽃은 며칠이 지나면 연분홍빛으로 변하며 차차 빛깔이 짙어진다. 꽃잎 색이 곱고 모양도 우아하여 관상용으로도 좋은 목화. 이것이 열매가 되면 다래(다래나무의 열매와 유사함)라 하여 먹을 수 있다. 안에 솜이 될 섬유질이 들어있어 식감이 좋지는 않지만 제법 단맛이 난다, 이것이 익으면 봉우리를 터트려 하얀 솜 송이를 만든다. 마치 겨울의 눈꽃 같아 우리는 이를 두고 두 번째 꽃이라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 목화가 보기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야 옷감을 얻기 위한 가장 가치 높은 비식용식물로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재배 농가가 거의 없다. 기름을 짜거나 관상용으로 일부 재배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겨울이 오기 전 먼저 눈이 내린 듯 눈부시게 하얗던 목화밭은 추억이 되고 말았다.

 

올해 목화를 이용하여 치유프로그램을 해보려고 모종과 씨앗을 구하는데, 쉽지 않았다. 근처 여러 곳의 오일장에 나가 보았지만 모종을 구하지 못하였다. 농사를 짓는 친지 중에도 목화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야 했다. 이곳에도 약용 면실유를 짜기 위한 씨앗은 있지만 재배용은 역시 드물었다. 어렵게 30여 알을 구하여 심었더니 그 중 반 정도가 싹을 틔웠다.

 

아침이면 노랗게 피어난 꽃을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이슬을 머금은 꽃은 청초한 소녀같다. 고려 때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 갔다가 그 씨를 붓통에 넣어가지고 와서 우리 민족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목화는 이렇게 한 송이 고운 꽃으로 남아 있다.

 

나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이처럼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과 따스함을 주제로 한다. 가을에 다래가 벌어지면 이를 수확하면서 부드러운 사랑의 감촉을 느낀다. 솜 송이를 딴 후에 그 안에서 씨를 빼내는 일은 촉감을 자극하여 두뇌활동을 활성화한다. 골라낸 씨앗의 숫자를 세고 솜털을 떼는 작업은 숫자 세기 등 인지기능을 높여 준다.

 

 

씨앗을 제거한 솜은 베갯잇에 넣어 사랑의 베개를 만든다. 그 안에는 소망을 적은 쪽지나 그림을 그려 넣는다. 이것을 자신이 베고 자면 자기애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바깥 표면에 좋은 글귀를 새기거나 예쁜 그림을 그려 넣어 완성하기도 한다. 이것을 그동안 소원했거나 잊고 지냈던 이들에게 선물하면 인간관계 및 사회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입안에 퍼지던 다래의 은은한 단맛, 부드러운 솜털의 감촉, 눈부시게 하얗던 목화밭의 그림 같은 풍경. 그 추억을 되살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작은 농장을 꿈꾸며 오늘도 풀 한 포기를 뽑는다. 또 한송이 피어난 목화꽃을 보며 속으로 웃는다. 나이는 드는데, 자꾸 어려지는 마음은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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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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