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23(화)
 

은행나무의 쓸쓸함에 대하여

 

한찬동

 

금빛 제 잎들이 밟히고 밟혀

마지막 한 잎까지 짓이겨지도록

은행나무는 가을의 끝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마른 가지 끝에는 하늘 푸르고 푸르렀으나

저 편 멀리 무리 짓는 먹구름들

그 사나움을 모를 리 없는 은행나무는

지레 진저리쳐지는 두려움에

다시 온몸을 맡기기로 한다

그렇게 천년을 살아 왔다

그렇게 또 천년을 살 것이다

지독한 쓸쓸함이란 이런 것이다

수천 년 한 자리, 기약없는 붙박이로

온갖 죽어가는 것들을 지켜 보는 것

홀로 살아 있는 것

앞으로도 그리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다. 온전하면 보통 천년을 넘긴다. 이 나무의 절정은 늦가을이다. 샛노란 은행잎은 눈부시기 그지없다. 그러나 금빛 낙엽이 땅에서 밟히는 계절에는 온누리가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그때, 그 스산한 풍경을 지켜주는 것도 또한 은행나무다. 당신 곁에도 한 그루 은행나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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