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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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야초  한찬동]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지난 가을에 심었던 완두콩이 파랗게 잎을 피우고 있다. 다른 콩과 달리 완두콩은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서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모양을 보면 연약하고 보잘 것도 없는데 찬 눈과 매서운 바람, 모진 겨울 추위를 견뎌내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진다물론 봄에 심기도 하지만 월동을 한 콩이 봄에 씨앗을 뿌린 것보다 알이 크고 맛도 좋다고 한다. 무엇이든 시련을 이겨내고 아픔을 견디면 그 대가가 따른다는 이치를 이로써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유난히 날씨 변화가 심했던 지난 겨울, 언 땅에 묻혀 있는 완두콩을 위해 별로 손을 쓴 게 없었다. 그냥 밑거름 조금 주고 듬성듬성 심어 놓고는 그대로 방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농부로서 제대로 돌보지도 않은 완두콩이 얼어붙은 땅거죽과 눈 속을 비집고 나와 봄 채비를 하는 것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제 곧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맛난 열매를 맺겠지. 실제로 완두콩은 짜장면이나 볶음밥의 고명으로 널리 쓰이고 빵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영양 유지에 좋고 이뇨 작용을 도와주는 고마운 잡곡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무런 감사의 표시도 없이 그 열매를 착취(?)하여 제 입맛을 돋우고 배를 채운다.

 

 

좀 비약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람 사는 세상도 그렇다. 누군가의 땀과 피로 일구어내고 고난과 고통을 견디며 성취해낸 성과물에 그저 숟가락을 얻는 작자들이 적지 않다. 역사를 보면, 그런 사례가 어디 하나둘인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와 자유, 아니 방탕에 가까운 이 풍요를 과연 누가 일구어 놓았는가굳이 정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회는 늘 희생과 헌신, 투쟁의 일생을 산 몇몇 위인들에 의해 지탱되어 왔다. ‘파레토 법칙이란 게 있다. 80%의 결과가 20%의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8020의 법칙은 사회 조직에도 적용된다. 20%의 탁월하고 성실한 조직원들이 전체를 이끄는 것이다. 나머지 80%는 그저 자리나 채우고 피동적으로 움직이며 소극적으로 편승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나누어 가진다. 물론 모든 구성체가 다 그런 건 아니다. 혼연일체가 되어 상승효과를 내고 개인적 역량의 합계를 넘어 놀라운 집단의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과연 어느 쪽일까? 성찰은 커녕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80%. 남들 노동운동하며 감옥살이할 때, 나는 공권력의 말단 하수인이었다.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고 함성을 지를 때, 나는 길 건너 방관자였다. 지금은 또 어떤가? 작물 하나 튼실하게 키워내지 못하는 게으른 농사꾼일 뿐이다. 비겁하고 무기력한 방외자일 뿐이다. 이 시각에도 정의를 위해 분노를 삭이며 자기를 담금질하는 분들에게 채무불이행의 빚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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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69525
안연순

한파를 견디고 따뜻함 봄이 왔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날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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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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