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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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야초  한찬동]

음력 5월 초순, 단오 무렵이면 밤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꽃의 향기가 아주 특별하여 그럴듯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밤꽃에 들어있는 스퍼미딘스퍼민이라는 성분이 남자의 정액에도 함유되어 그런 냄새가 난다고 하니, 조선시대에 부녀자들의 밤나들이를 삼가게 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예로부터 음력 55일 단오가 일년 가운데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했다. 때맞추어 특유의 향기를 내뿜는 밤꽃이 만발하여 성적인 연상을 하게 하는 일도 별스러울 건 아니다.

 

꽃이야 종족의 유지와 번식을 위해 자연에 순응하여 스스로 피어날 뿐, 이런저런 말을 지어낸 것도 다름 아닌 인간이다. 물론, “낮에 봐도 밤나무라는 노랫말처럼 참신하고 재밌으면 좋으련만, ‘밤꽃밤의 꽃‘, 즉 거리의 여자로 비유하는 등은 그다지 고상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해야 이 단어가 청소년 유해 검색어에 포함되어 있겠는가?

 

괜히 억울한 건 바로 밤꽃이다. 정작 열매가 될 암꽃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고 화려한 수꽃도 암꽃의 수정을 돕고자 그저 야릇한 냄새를 풍기는 것인데, 의도하지 않은 까닭으로 꽃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사물을 대함에 있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자기만의 생각으로 곡해하거나 폄하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곱고 친근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표현해주면 좋으련만, 역시 인간은 시기와 질투의 본성을 버리지 못한다. 사돈이 땅을 사면 괜히 배가 아프니 말이다.

 

밤꽃의 꽃말은 희망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상큼한 꽃향기는 긍정적 에너지와 활기를 샘솟게 한다. 이 빛 좋고 볕 맑은 초여름, 밤꽃 향기에 취해 몸의 양기를 돋우고 희망을 부풀려 또 한 시절 잘살아보자. 그리하여 이번 가을엔 밤송이처럼 탐스럽고 알밤같이 탱글탱글한 꿈 하나씩 일구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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