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1(토)
 

내 고향 둥구나무 왕버들에게

 

- 한찬동

빨개벗고 멱감던 개울가
족히 몇백년은 되었을
그 서너 아름드리 왕버들이
늙어가는 내 몸 앞에
아직도 푸르게 우뚝 서있을 때
시절*마냥 눈물이 난다

그래 나무는 우리 生의 몇몇 곱절을 살지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이제 반생이나 되었으려나?
감히 빗대지 말자
함부로 덤비지 말자
저에게 나는 한낱 어린애일게다

수백년 붙박이로
오로지 그 한 곳의 햇빛을 받아
숱한 생사를 지켜봤을 그는
또, 한 천년 쯤
정수리 내리쬐는 햇볕을 이고
하냥 그치지 않을 옆 개울물을 머금으며
제 몸 타고오르는 꼬마들을 품어 주겠지

나, 이제 그만 물러서기로 하자
훗날 내 아이의 아이가 지켜봐도
늘 푸른 잎새 반짝이도록
두어 걸음 떨어져 바라다만 보자
더는 올라타고 흔들지 말자
두 팔 벌려 보듬기도 참기로 하자
그래 눈물 대신 갈채를 보내자
내 영원할 우상에게
마음 다해 경례를 붙이자
핫!

*시절: 충남 서부 지역의 향토어로, 좀 모자라고 바보스럽다는 뜻

 

♣ 옛 고향집에 들렸다가 불현듯 마을 어귀 정자나무가 떠올라 찾아가 보았다. 어릴 때, 그렇게 타고오르고 부벼대던 왕버드나무 2그루가 여전히 늠름하게 거기 버티고 서있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하고 잊고 지냈던 그 큰 둥구나무가 아직도 청청하게 살아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해졌다. 참 경이롭고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무심했던  나를 잊지 않고 기다려준 친구처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반추해보면 천년 이상을 사는 왕버들이 내 인생 70년도 안된 세월 동안 그

곳에 그대로 자라고 있는 건 당연할 일일 것이다. 적어도 수백년을 살았을테지만 그 나무는 앞으로도 오래 마을을 지켜줄테지. 고마운 나의 추억 둥구나무! 그래 더 오래도록 우뚝하시길.  푸른 잎도 부디 영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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