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장면1, 겨울 일합(一合)

 

  한찬동

 

  꽝꽝 땅이 얼었다

  산수유 꽃눈이 멀고

  푸른 댓잎이 칼처럼 벼려졌다

  들판을 걸어가는

  눈먼 검객의 찬 숨소리가

  휙, 바람을 가른다

  싸락눈이 흩뿌려졌다

  모두의 숨이 멎는다

  하!

  궁창에 불꽃이 핀다

  참매 한 마리

  치솟아 오른다

  눈발 사이

  하늘이 푸르다

 

  ♣ 춥고 차가운 겨울 풍경을 무술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렸다. 나무들의 꽃눈이 얼어 붙고 대나무 잎이 검객의 칼처럼 날카로운데, 찬바람은 허공을 가르는 칼바람이다.  이때 내리는 싸락눈은 베어져 흩어지는 부나비 같다. 칼이 부딪쳐 불꽃이 피고 마침 참매 한 마리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를 때 천지만물은 잠시 숨이 멋는 듯하다. 언뜻 비치는 하늘은 그래서 더 파랗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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