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겨울 일합(一合)
한찬동
꽝꽝 땅이 얼었다
산수유 꽃눈이 멀고
푸른 댓잎이 칼처럼 벼려졌다
들판을 걸어가는
눈먼 검객의 찬 숨소리가
휙, 바람을 가른다
싸락눈이 흩뿌려졌다
모두의 숨이 멎는다
하!
궁창에 불꽃이 핀다
참매 한 마리
치솟아 오른다
눈발 사이
하늘이 푸르다
♣ 춥고 차가운 겨울 풍경을 무술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렸다. 나무들의 꽃눈이 얼어 붙고 대나무 잎이 검객의 칼처럼 날카로운데, 찬바람은 허공을 가르는 칼바람이다. 이때 내리는 싸락눈은 베어져 흩어지는 부나비 같다. 칼이 부딪쳐 불꽃이 피고 마침 참매 한 마리가 허공으로 치솟아 오를 때 천지만물은 잠시 숨이 멋는 듯하다. 언뜻 비치는 하늘은 그래서 더 파랗게 보인다.


